돌잔치를 보면서

등록일 2015.01.05


얼마 전에 돌잔치에 갔었다. 돌잔치는 서울 강남의 한 건물에서 진행됐는데 친척들과  직장 동료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다들 아기 부모에게 아기가 건강하게 잘 컸다는 덕담도 건네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아기의 돌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돌잔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돌잡이인데 그날 아기는 붓을 집었다. 앞으로 큰 학자나 유명한 작가가 되려나? 무엇이 되든지 건강하고 훌륭하게 자라다오. 우리는 손뼉을 치면서 아기의 큰 성장을 기원했다.

남조선에 와서 돌잔치에 더러 다녀봤는데 기본적인 틀에서는 북조선과 다를 바 없다. 다만 남조선은 생활수준이 높은데다 집안의 큰 행사는 모두 돈을 내고 예식장에서 치르는 문화라 북조선보다 좀 화려하고 현대적일뿐이다. 그 날의 돌잔치도 그러했다.

그런데 딱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바로 1년간 아기의 성장과정을 담은 록화영상이었다. 엄마 아빠가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1년 동안 어떻게 키웠는지, 그 모든 과정이 영화처럼 생생하게 펼쳐졌다. 아기가 태어나던 날이며 뒤집기를 하던 날, 첫 걸음마를 떼던 모습, 목욕하는 모습들이었다. 이제 막 발달하기 시작한 작은 손놀림으로 방바닥에 떨어뜨린 빠알간 추리를 기어코 집어서 입안에 가져가던 아기의 모습은 또 얼마나 귀엽던지, 하나하나의 장면들이 다 찡한 감동이었다. 마지막에는 엄마 아빠가 아기에게 쓴 사랑의 편지가 영화의 자막처럼 흘러나왔다. 아기가 커서 그것을 보면 얼마나 좋아할까? 그 영상은 1년 동안 아기가 엄마 아빠와 함께 해온 추억이며 사랑이며 행복이다. 돌 생일날 아기에게 그 이상 큰 선물이 어디 있으랴,

그날 돌잔치 영상을 보면서 한편으로 북에 두고 온 내 사진첩이 못 견디게 그리워졌다. 그 사진첩 속에는 나와 우리 가족, 그리고 친척, 친구들과 찍은 많은 사진들이 있지만 특히 내가 태어나 두 돌 넘을 때까지의 성장기록도 들어 있다. 아버지는 내가 아기 때 언제 뒤집기를 했고 언제 섰는지, 언제 걸음마를 떼고 언제부터 말하기 시작했는지 죄다 기록해놓으셨다. 어머니는 돌 때 내가 많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있었기 때문에 돌잔치를 못해주었다고 자주 얘기하셨지만 나에게는 돌잔치보다 그 성장기록이 더없이 큰 선물이었다. 그 기록을 보고 있으면 그때그때의 내 성장모습이 상상이 되면서 마냥 행복해지곤 했다. 그것을 못 가져온 것이 얼마나 후회되는 지, 정말 아쉽기 그지없다.

사실 떠나올 때 다른 것은 몰라도 그 사진첩만은 꼭 챙겼었다. 하지만 가다가 잡힐 수도 있고, 그 경우 사진첩이 나오면 둘러치기도 힘들다는 남편의 만류로 아쉬운 대로 두고 떠나야 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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