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등록일 2015.01.30


늘 그런 것처럼 오늘도 정신없는 하루가 시작된다. 중학교에 다니는 큰 아들을 먼저 학교에 보내고, 초등학생인 둘째, 그리고 남은 막둥이를 챙겨 유치원에 보내고 나서야 나는 집을 나선다. 나는 대학생이다. 남편의 아내이자 세 아들의 엄마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나는 학생인 것이다. 아이들을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나의 하루는 다들 짐작하겠지만 반은 정신 나간 사람처럼 분주하다.

오늘도 역시 그런 날들 중 하루다.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는데 우연히 내 눈에 들어오는 꽃이 있었다. 하지만 등굣길이라 한 눈 팔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버렸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꽃을 다시 보게 되었다. 내천에 쌓은 돌담위에 소북이 피어난 이름 모를 꽃송이들, 그들이 나를 반기고 있지 않은가. 척박한 돌담 위에서 이렇게 아름답고 건강하게 자라난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매일 이 길을 따라 학교를 오가면서도 꽃이 피기 전까지는 그냥 잡초인줄만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꽃을 피워 내다니, 어려운 환경을 잘 견디고 이겨내어 마침내 아름다운 꽃들을 활짝 피어낸 노고가 참 대견하다.

돌담위에 피어난 이 들꽃들의 처지가 꼭 내 모습인 것만 같다. 내가 원해서 왔든 그렇지 않든지 간에 나는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 아무리 좋은 나라라고 할지라도 나에게는 생소하고 낯선 곳이다. 한국 정부에서는 탈북자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 한국생활을 시작할 땐 마냥 두렵고 불안하기만 했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이곳에서 살아가야하고 살아남아야 한다. 저 들꽃처럼. 바람에 실려 돌담위에 떨어진 들꽃은 그곳에 터를 잡기위해 무진장 싸움을 했을 터이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바람이 불면 바람 부는 대로, 가뭄엔 목 마른대로 견디면서 오늘의 자기를 만들어 갔을 것이다.

나도 들꽃처럼 살아가고 있다. 탈북자면 어떤가. 이 땅에서 당당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면 그것으로 만족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한민국 국민이라 하기엔 많이 어설프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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