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등록일 2015.03.03


평소에 자주 만나는 젊은 엄마가 있다. 한 고향 친구는 아니지만 그 역시 북조선에서 살다 온 두 아이의 엄마다. 한번은 서로 수다를 떨던 중에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언니, 왜 그런지 나 자꾸만 국수떡이 먹고 싶어져? 강냉이국수 누를 때 있잖아. 그거 한 움큼 뜯어 뭉쳐 먹으면 정말 맛이 있는데,”  그는 쩝쩝- 하고 입까지 다셨다.

“미영이 엄마두 참, 별거 다 먹고 싶어 한다.”

이 남한 땅에 먹을 것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참 별난 식성이다 싶었다. 예전에도 그는 비슷한 말을 해서 나를 웃겼다. 글쎄 무더운 한 여름에 고향에서 개인들이 만들어 파는 까까오 얼음과자가 먹고 싶다는 것이다. 여기 남한에는 우유와 사탕가루가 들어간 갖가지 고급 얼음과자가 많은데 그 비교도 안 되는 까까오 얼음과자가 뭐가 그리 좋은 건지, 별나다고 한참을 놀렸다.

한데 미영엄마뿐이 아니었다. 다른 탈북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고향에서 개인들이 만들어 팔던 알사탕이나 손가락과자가 먹고 싶어 일부러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하고 아예 고향음식이란 간판까지 걸고 남한에 온 탈북자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분들도 있다. 맛으로 따지면 남한에서 생산되는 당과류에는 비교도 안 되고 단순하기만 하지만 바로 그 맛이 좋다고 즐기는 분들이 적지 않다.

언젠가 한 친구가 하던 말이 생각난다. 영민하고 붙임성이 좋아 남한정착이 빠른 편인 그는 주변에 남한 출신이든, 북한출신이든 친구가 많다. 그에게 남한출신과 북한출신 중 어느 쪽이 더 지내기 좋은 가고 했더니 편안함만 따진다면 북한 출신이 더 낫다는 것이다. 북한 출신과는 별루 긴장되지도 않고 격식도 차리지 않게 된다는 것, 어릴 적부터 쭉 지내온 허물없는 사이 같은 느낌이라는 것이다.

음식도 마찬가지일 터, 특별히 그것이 맛있고 마음에 들어서라기보다는 오래전부터 길들여진 맛, 어릴 적 어머니가 만들어주던 음식과도 같기 때문일 것이다. 먹으면 소꿉시절 친구처럼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지고 따뜻해지는 듯한 그 맛, 그것이 바로 고향의 맛이고 고향의 음식이다. 미영엄마가 먹고 싶다던 국수떡과 까까오얼음과자, 여기 남한의 탈북자들이 잊지 못하는 고향의 알사탕과 손가락과자에는 바로 그런 편안함과 따뜻함이 있다.

그 편안함과 따듯함이 바로 고향이 아닐까? 외출했다가 귀가를 하면 자연히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놓이는 그런 아늑함.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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