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신 선생

등록일 2015.05.04


애신선생은 인민학교시절 나의 담임이었다. 키는 작지만 얼굴이 복스럽고 마음이 상냥한 분이었다. 학교선생으로서 실력도 뛰어났고 누구나 감탄할 정도로 명필인데다 노래도 잘했다. 안무솜씨도 좋아 아이들에게 직접 춤을 가르쳐 무대에 올리곤 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그는 마음이 따뜻한 선생이었다. 다른 선생들은 수업이 끝나면 당연히 학생들에게 청소를 시켰는데 그 선생은 그러지 않았다. 항상 자기가 먼저 빗자루를 들었고 웃으면서 아이들을 이끌었다. 교실에 바느질 통을 비치해놓고 누구 교복단추가 떨어지거나 치마 단이 내려가거나 하면 직접 손질해주었다. 원족갈때도 학생들에게 선생님 것을 따로 가져오지 말라고 당부하거나 오히려 자기가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해 도시락 하나를 더 싸오곤 했다. 그야말로 그는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사랑으로 다스릴 줄 아는 보기 드문 선생님이었다.

인민하교 졸업 후 집이 이사 가는 바람에 오랫동안 애신선생을 만나지 못했다. 결혼 후에야 우연히 뵙게 됐는데 뜻밖에도 장마당에서였다. 그날 선생님은 떡을 팔고 있었다. 처음에는 내 눈을 의심했지만 틀림없는 그 선생이었다. 15년 세월에 모색이 퍼그나 변했지만 아담하고 깔끔한 모습은 여전하였다. 반가운 마음에 선생님! 하고 달려가려 했지만 그만두고 말았다. 선생님이 난처해하실 것 같아서였다. 옛날 가르치던 제자에게 장마당에서 떡을 파는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싶으시랴,

그 무렵에는 이미 국가배급이 중단돼 누구나 닥치는 대로 장사를 하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들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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