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등록일 2015.06.02


인민학교 때 한 학급에 몸이 불편한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한쪽 다리를 조금 절고 입도 약간 찌그러져있었다. 애기 때 소아마비를 앓고 나서 그렇게 됐다고 한다. 공부는 못하는 편이었고 성격도 내성적인데다 항상 어두웠다. 옷차림은 깨끗지 못할 때가 더 많았고 머리에 서캐도 다닥다닥했다. 그래서 다들 그를 불쌍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까이 가기를 꺼려하였다. 될수록 이면 그와 한 책상에 앉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봄 원족을 갈 때였다. 다들 어머니가 정성껏 만들어준 떡이며 간식이 든 가방을 메고 학교운동장에서 신나게 떠들고 있는데 누군가 내게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몸이 불편한 그 아이와 어머니였다. 그 어머니는 손에 뭔가 두둑하게 싼 것을 들고 있었는데 그것을 내게로 내밀었다.

“이거 좀 들어줄래? 얘가 무거워해서, 가서 다 같이 나눠먹어, 삶은 달걀이야”

삶은 지 얼마 안 된 그것은 아직 따끈따끈했다. 량도 꽤 되었다. 여기 남조선에서는 달걀이 흔하고 가격도 눅지만 북조선에서는 달걀이 비싸고 고급음식에 속한다. 그 귀한 것을 선생님께도 아닌 애들끼리 나눠먹으라니? 나는 의아했다. 그 보다는 평소 좀 꺼려하던 그 아이의 어머니가 주는 것이라 선뜻 받기가 주저되었다. 한 동안 망설이던 나는 이내 고맙습니다, 하고 받고 말았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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