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면서

등록일 2015.06.16


먹다 남은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려고 음식물 수거함을 열었다. 아파트 단지 내에 공동으로 설치된 음식물 쓰레기통이다. 회색 사각 형의 커다란 통에는 이미 각종 음식물 쓰레기들이 가득 차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아직 먹을 만한 것들이 꽤 되었다. 보기 좋게 부풀어 오른 네모 둥글한 우유식빵이며 고기갈비, 두부, 햄, 소시지 같은 것이었다. 감자껍질 같은 것도 있었고 상추나, 콩나물 같은 채소류들도 보였다.

“참, 이 아까운 걸.”

욕인지, 뭔지 모를 말이 저절로 입 밖으로 튀어져나갔다. 동시에 가슴 한켠이 알찌근해지는 걸 어쩔 수가 없었다. 내가 떠나온 조선, 나서 자란 고향땅이 생각나서였다. 동이며 고철, 개구리 기름과 바꾼 중국제 밀가루로 지짐이나 증기빵을 해먹던 형제와 이웃들의 모습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국가배급은 죄다 끊기고 중국제 밀가루가 아니었으면 모두 굶어죽었을 그 시기 밀가루 빵은 애들이 좋아하는 간식이 기전에 모두의 명줄을 지탱해주는 고마운 식량이었다. 겨울철 뜨뜻한 아랫목에 발효시켜놓았다가 소다를 넣고 가마에 찐 다음 김이 문문 나는 채로 온 가족이 빙 둘러앉아 먹던 구수한 빵이 아니었던가,

그 빵보다 훨씬 더 잘생기고 맛있는 녀석이 아깝게도 음식물 쓰레기통에 처박혀있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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