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룡_2편>하나원 나오고 일주일만에 남한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등록일 2015.10.26

오늘은 내가 이 학교에 들어온 지 2주가 조금 지났다. 처음에 들어올 때 머리를 밀고 눈에 힘주고 뭐라고 하는 애들이 있으면 다 죽여 버리겠다는 각오로 들어왔지만 애들이 너무 잘해줘서 머쓱했었다. 들어와서 최대한 적응하려고 애들을 살펴봤는데 다들 가방에 물통을 넣고 다녔다. 집에 와서 엄마에게 그 사실을 말했더니 엄마는 오늘부터 내 가방에 물을 넣어주시기로 하셨다. 플라스틱 물통에 찬물을 담았는데 이슬이 맺혀서 책이 젖을까봐 엄마는 서랍에 있는 봉투에 물통을 넣어 주셨다. 그 봉투를 들고 학교에 갔었다. 점심시간이 되고 나는 보란 듯이 의식적으로 봉투 소리를 세게 내면서 물통을 꺼내 놓았다. 아이들은 나를 보면서 웃었다. 별로 기분 좋은 웃음은 아니었지만 나는 흐뭇하게 어깨를 으쓱 했다. 근데 옆에 있던 친구가 하는 말이 나보고 왜 쓰레기봉투에 물통을 넣어 왔냐는 것이다. 그것도 음식물 쓰리기 봉투에... 사실 나는 쪽팔리고 이해가 안돼서 아무 말도 안하고 오늘은 그냥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한국에서는 먹다 남은 음식들을 봉투에 담아서 버린다고 했다. 북한에서는 음식을 버려 봤어야 알지... 요즘은 이모저모 많이 배운다. 오늘도 또 한 가지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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